공무성도 (公務聖徒)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와서 당돌히 빌라도에게 들어가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막 15:43)"
2012년 8월, 하얼빈에 대학청년 집회 강사로 섬겼을 때의 일입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청년들은 각기 먼 귀향길에 올랐고, 기차를 기다리는 몇몇 청년들과 함께 하얼빈의 유명한 거리로 잠시 나들이를 갔습니다. 그 중 한 자매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뭐하고 싶나?"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중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요."
"너무 좋다. 꼭 되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못해요. 할 수 없어요."
"응?! 왜??!!"
"목사님이 하면 안된대요."
"??!!"
"공무원이 되려면, 종교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해야 하는데, 그건 곧 예수를 부인하는 것과 같대요.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공무원을 해서는 안된대요."
"아니다. 성경에 공무원 많다. 요셉, 다니엘, 느헤미야, 아리마대 요셉이 공무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종교 아니다. 단지, 종교로 분류되었을 뿐이다. 해라! 반드시 해라! 중국이니까 더욱 해야 한다!"
2019년 3월, 북한이 정한 질서를 준수하며, 북한을 오가며 합법적 사역을 하시는 선생님(재미 교포)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 북한 보건 관련 일을 하시는 친구 선생님(재미 교포)을 부르셨습니다. 저를 소개해 주고 싶으셨답니다. 마침, 근처에 대한민국 행정부 관련 업무를 하시는 선생님이 회의차 서울에 올라오셨길래, 오늘 꼭 같이 뵈면 좋겠다 싶어, 잠깐이라도 시간을 꼭 내시라는 메시지를 드렸습니다. 기도하시며 질병관리 공무를 하시는 자매님이시기에, 북한의 실사정을 꼭 들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화가 시작되었고, '회충약의 시급함'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틀만에 48만원이 모금되었고, 삼일만에 약 1,000알의 회충약이 전달되어질 예정입니다. (더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4개의 복음서에 모두 등장합니다. 오늘날의 공무원과 같겠냐는 논란이 있겠지만, 제한적 의미에서 公務를 담당했던 사람이라 해도 충분하다 싶습니다. 공무성도(公務聖徒)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기독신앙의 핵심인 에수 부활의 공연이 펼쳐지는 공적무대를 제공하죠.
공무성도(公務聖徒)라는 용어는 사전에 없습니다. 그저 오늘 새벽에 제가 임의로 조합해본 단어에 불과합니다. 단지 직업적 공무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직업을 가진 모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하나님의 부르심 따라 그 곳에 서 계십니다. 온 우주를 치리하시는 창조주의 지시에 따르는 삶을 치열하게 사신다 선포하시고, 당신 하시는 일에 공공의 가치를 붙이면 공무성도(公務聖徒)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공무를 담당하다 보면, 교회에 올 여유가 충분치 않습니다. 일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더 탁월해지고, 더 많은 책임을 요구받게 됩니다. 교회에 올 시간 없고, 교회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쉽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보면 공무성도(公務聖徒)는 헌신도가 떨어져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교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분들이 임직을 받게 되고, 교회의 중심부에 들어가 '기름부음'없이 일을 합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를, 우리 선교를 허약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숨 걸고 예배해라!", "기도에 승부걸어라!" 불편한 표현들입니다. 목숨 거는 것, 승부 거는 것은 성도님 각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십시오. 주일공예배에 뜨겁게 반응하는 것을 강요하지 마시고, 새벽기도, 철야기도 잘해야만 형통할 것처럼 겁주지 마십시오.
마치, 아리마대 사람 요셉더러 다른 제자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니라는 말과 같다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당돌하게 빌라도에게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우리 예수님 시신을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순절이 부활주일이라는 특정 모멘트를 향한 종교적 이벤트가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One Talent, One Life! 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새벽에 깊이 기도합니다. 각자는 고유의 달란트가 있고, 인생의 결이 모두 다릅니다. 달란트 잘 찾을 수 있도록, 그 찾은 달란트로 그 누구와도 비교 불가한 고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번 주어진 인생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합니다. 소명은, 은사는, 재능은, 달란트는 공동체에서 확인될 때 진짜입니다.
저보고 무슨 공무(公務)를 하느냐 물으시면, 저는 '멸충선교'를 하는 공무성도 (公務聖徒)라 답하겠습니다. 해외 저개발국가에 있는 아이들 몸 속에 있는 회충은 어떻게든 박멸하여, 누군가 예수복음 전할때 들을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준비시키려 합니다. 그러니, 제가 이 공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1000원이면 한 아이 몸 속에 기생하는 못된 회충을 박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분간 기-승-전-회충약입니다.
_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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