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0대 초반 시절, 작은 교회 중고등부 교사를 했었다. 한 학년 1개 소그룹, 총 6개 소그룹이었던 중고등부에서 나는 중 3반을 맡았었다.
남자 둘, 여자 둘이 전부였고 공통적으로 가수 HOT를 광적으로 좋아했었다. 아이들은 예배 후 소그룹 모임때마다 HOT 이야기만 시끄럽게 했고, 내 말은 집중하지 않았다.
HOT멤버 다섯 명의 이름을 외웠다. 가요는 '세상 노래'라 하여 입에 담지도 않고 살았던 내게는 꽤 어려운 일이었었다. 성경을 가르치다가 HOT멤버 이름을 언급했다. 시끄럽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이내 다시 시끄러워졌다. 실패였다. 청소년 문화를 이해해야겠다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TV를 보고, 관련 독서를 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깟 4명이 뭐가 대수라고... 당시 나는 신학교를 가서, 신학공부를 속히 하고, 오직 주님만 섬기고 싶은 생각뿐이었기에, 아이들 4명조차 말씀양육 못하면 무슨 자격이 있겠나 하는 괴로움에 '새벽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은 주님 앞에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것이었다. '하나님, 이 아이를 사랑해주세요!' 그 뿐이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성경을 듣기 시작했다. 특별히 내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해 마지막 주일, 우리 반은 12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2016년 10월 14일 새벽 4시 10분, 어느 신학대학원 특강을 한 두주 앞두고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중, '하나님, 저 제대로 살고 있는 것 맞나요?' 한 마디 툭 던졌는데, 완전히 잊고 있었던 20년 전 일을 생각나게 하셨다. 세상에! 20년전 기도까지 기억하시다니...
'무엇이 될까?', '어떻게 전할까?' 보다 '내가 누구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보다 '누구를 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예수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며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하나님께서는 그 마음을 보신다고 간증하고 싶다.
_201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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