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연로하신 할머니를 등에 업고 45일간 히말라야를 가로질러 네팔까지 가셨다고 해요.”
텐징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다른 수많은 티벳 망명자들처럼 임종 때까지 고향을 그리워했고, 고향 땅의 흙을 밟아보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텐징 릭돌은 티벳의 흙을 티벳 난민들에게 보여 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것은 예술가로서 하나의 설치 작업이기도 하면서, 또한 선친과 같은 티벳 난민들에 대한 ‘헌정’이었다. 이 가슴 먹먹한 작품이 〈우리 땅, 우리 민족 Our Land, Our People, 2011〉이다.
이 작업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고, 과정은 더 어려웠다. 현지 주민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박해 받을 것을 염려하여 ‘티벳 안의 어느 깊은 장소(deep inside Tibet)’라고만 지칭한 곳에서 20톤의 흙을 채취했다. 인도의 다람살라에 도달하기까지 이 여정은 트럭으로 티벳-네팔-인도 3개국의 국경을 지나며, 50개의 검문소를 통과하는 2000km의 험난한 길이었고 총 17개월이 소요됐다. 애초부터 정상적인 출입국 절차 따위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중국의 감시를 피해 엄청난 양의 흙을 반출하는 과정은 마치 티벳 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국경을 탈출하는 것과도 흡사했다. 텐징 릭돌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자신의 아버지가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걸어온 길과도 같았다.
마침내 20톤의 흙은 다람살라에 도착했고, 3일간 진행된 전시에서 망명지의 티벳 노인들은 자신들의 생애에는 다시 밟아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고향의 흙을 손으로 만지고, 그 위를 걸어 다니고, 또 기도하며, 눈물 어린 회상과 감격에 젖어 들었다. 철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마냥 천진하게 뛰어 놀며 흙장난을 했다.
릭돌은 “많은 난민들과 이야기를 했어요. 그들은 고향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슬퍼했지요. 그래서 고향에서 온 흙을 만지면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어요”라고 회상한다.
출처 : 현대불교신문(http://www.hyunbu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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